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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속시간은 화요일 오후 2시. 니미킴, 갈고리, 따까리라는 이름을 쓰는 멤버들은 어쩐지 제 시각에 나타날 것 같지 않았다. 잠이 덜 깼으면서도 배가 고픈 나는 참치김밥을 먹었다. 하지만 니미킴과 갈고리는 정시에 나타났고 어쩔 수 없이 나는 김밥을 입에 문채로 그들을 만났다. ‘앙영하세여-’ . 따까리는 일하러 갔다 했다. 잠이 덜 깬 사람 하나, 술이 덜 깬 사람 하나, 관조적인 사람 하나가 다방의 맨 끝 까만 소파에 비슴듬히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. 질문은 시시했고 대답은 성실했다. 





Intro. 집과 밥과 건강

연남동에 살고 있나

태진 : 그렇다. (의준은) 연남동에서 태어났고.

어제도 술 먹었나. 

의준 : 나만 먹었다. 지금 술이 안 깨서.(웃음) 미안하다.

괜찮다. 나는 잠이 안 깼다. 지금은 다 각자 살고 있나. 

태진 : 다 따로 살고 있다. 따까리는 나랑 작년까지 살았다. 

혼자 사는 건 어떤가. 

태진 : 좋다. 어차피 외로움같은 건 뭐 별 거 아니다. 같이 살아도 외롭다.

밥은?

태진 : 나가서 사먹든가, 라면 끓여먹던가. 굶어죽진 않는다 사람은. 

건강은 신경쓰이지 않나. 

태진 : 건강? 그런 거 챙기는 사람이 병 걸리는 걸 너무 많이 봐서 안 챙긴다. 작년에 내가 결핵 걸렸었나? 채식하고, 때마다 끼니 챙겨먹고 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아가지고 병 걸리는 것 같다. 차라리 그런 거 안 챙기고 걱정 안 하고, 스트레스 안 받는 편이 건강한 것 같다. 

걱정이 없나. 

태진 : 걱정 별로 안 하고 산다. 걱정될 만한 일을 안 만든다. 

집은 전세인가, 월세인가.

태진 : 원래 내 집이 전세 1200만원짜리였는데 지금은 월세를 10만원씩 낸다. 근데 주인집이 받으러 오지를 않는다. 도무지 세입자에게 관심이 없다 관심이. 

좋은 거 아닌가. 

태진 : 음...잘못하면 오긴 한다. 





앨범 발매의 관건은 밥값이다

왜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띄웠나.

태진 : 돈이 없으니까.

내귀에 도청장치(이하 내귀), 유명한 걸로 아는데.

태진 : 그 밴드와는 상관이 없다. 그것 옆에 붙어서 하는 것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우리끼리 제작부터 다 하려고 하니까. 뭐 좀 할래는데 회사끼고 사장 붙고 이러면 짜증나거든. 돈 대주는 사람이 있으면 짜증나기 마련이다.

 

근데 내귀에서 벌어놓은 돈이 있지 않았나?

태진 : 인디밴드들이 다 똑같지 뭐. 그날 벌어 그날 쓴다. 

텀블벅을 통해 모인 돈이면 앨범을 낼 수 있는지? 

태진 : 물론 부족하다. 녹음비, 진행비까지는 나온다.

당초 달성목표보다 훨씬 많이 모였는데?

태진 : 우리가 목표로 잡은 게 딱 녹음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. 씨디도 프레스 들어가야지 인쇄해야지 인지 붙여야지...

의준 : 쇼케이스 준비해야지, 티셔츠 제작해야지...

태진 : 밥값이 젤 무서워. 

의준 : 처음에 모 녹음실에 노래 세 개 녹음하려면 얼마나 드냐 라고 물어봤더니 150만원 든다더라. 그런데 거기 사장님이 자기가 30만원 투자하겠대. 그렇다고 해도 결국 14개 노래를 다 녹음해야 되는데 그럼 돈이 얼마나 든다는거냐 했더니 천만원 가량이 든다는 거다. 그러고는 텀블벅을 소개시켜줬다. 

의준 : 텀블벅을 알아서 우린 정말 다행이지. 공식적으로 돈을 걷은 거니까.(웃음)

여기서 30만원 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인가.

의준 : 아는 사람이다. 우리 팬이다.

태진 : 내귀 팬이지 뭐. 

의준 : 내귀 팬이라고 해도 공연도 안 했다면 그 정도로 후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. 뭔가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한 게 아닐까.

후원자중에 지인과 지인이 아닌 사람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. 

의준 : 다 아는 사람이다. 

태진 : 아닌 사람도 있다. 거~의 아는 사람이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긴 있다. 

모두 팬인가. 

의준 : 친구가 많다. 팬도 있고. 

태진 : 어떻게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. 

내귀는 내귀대로 활동중인가.  

태진 : 난 세 개의 밴드를 하고 있다. 내귀, 레이니썬 그리고 연남동 덤앤더머. 일은 덤앤더머가 제일 많다. 다른 두 밴드는 회사 사람들이 봐 주고 우리는 합주하고 공연 있으면 하면 되는데 덤앤더머는 뭐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다 해야되니까. 

제작자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게 되는지 알 것 같다. 맨날 씨발씨발 욕했었다. 밥값이 와이리 많이 드노? 하면서 돈 띠묵는 거 아닌가 했는데 막상 우리가 해보니까 진짜 밥값이 많이 드는 걸 알게 됐다. 와아- 진짜 밥값!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거다. 앨범 자켓 디자인부터 발품 팔아 돌아다니는 것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. 





항상 음악을 꿈꿔왔던 따까리

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따까리는 어떤 사람인가. 

태진 : 개새끼다. 짐승이다. 

별명이 너무 서열적인데. 어떻게  아는 사이인가. 

태진 : 나랑 부산에서 같이 올라왔다. 같이 살기도 했었고. 

원래 음악하던 사람인가.

태진 : 따로 음악쪽에 몸 담았던 애는 아니다. 

의준 : 음악을 항상 꿈꿔왔지.

태진 : 음악을 꿈꿔왔다지만 십몇년 동안 기타를 쳤는데, 칠 수 있는 곡은 딱 정해져 있고.(웃음)

따까리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. 

태진 : 나보다 한 살 적다. 서른 다섯. 

따까리는 당신들과 감회가 다를 것 같다. 무대에 선다거나 앨범을 낸다거나 하는 일이. 

태진 : 무대에 서면 떤다. 의준이나 나나 무대에서 떠는 타입이 아니다. 그래도 첫 공연은 좀 떨리긴 했네. 하여간 그 이후에는 떨린 적이 없는데 걔는 아직도 떠는 것 같다. 

의준 : 그래서 공연 전에 꼭 술을 두 잔씩 먹고 올라가곤 했다. 요즘은 끊었다. 

별명들이 원래 있었던 건가. 새로 지은 건가. 

태진 : 원래 가지고 있었다. 내가 니미킴, 의준이는 갈고리, 따까리는 따까리. 따까리는 십대때부터 그렇게 불렸다. 

의준 : 노래 중에 <따까리의 난>이란 게 있다. ‘니네가 형이냐 왜 나만 시켜’라는 내용이다. 

따까리는 만족하고 있을까. 

의준 : 재밌어 한다.

태진 : 지가 만족 안 하면 어쩔텐가.(웃음) 좋아한다. 짐승이라서. 

의준 : 뇌가 없다고 보면 된다. 

태진 : 인간이 안 될 거다. 사람들이 처음에는 왜 따까리만 욕하냐고 하는데 같이 한 달만 있으면 저새끼 인간이 아니다 라고 알게 된다. 이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. 

의준 : 되게 순진하고 착한 친구다. 기본적으로. 근데 이게...삼십여년동안 따까리로 살다보니까...쌓인 게 있는데 겉으로 표현을 못 한거지. 계속 안에다 담아두고. 그러다가 확! 나온다. 정말 무섭다. 

주사가 심한 건가. 

태진 : 주사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. 정신이 멀쩡할 때도 그런다.

의준 : 뭐랄까...탐이 많달까. 

태진 : 식탐. 똥탐. 화장실만 들어가면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. 같이 살 땐 냉장고에 있는 거 혼자 다 먹고, 누가 뭐 먹으면 꼭 뺏어먹고. 





십수년 음악을 하는 기분 

세 명이 노래를 하면서 세 명이 모두 기타를 치는 구성의 밴드가 원래 있기는 한 건가? 낯설었다. 

태진 : 옛날에는 많았다. 

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.

태진 : 19살에 시작했으니까...18년 정도?

의준 : 앨범을 기준으로 하면 십수년 정도 됐겠지.

한 가지 일을 십수년 하는 기분은 어떤 건가. 

의준 : 굴곡이 있지. ‘아, 내가 음악을 재밌어서 하는 건지.’ 라는 때도 있었다. 지금은 굉장히 재밌지만.  나는 베이시스트고, 내귀에서 오래 했고. 아 이게 과연 재밌는 건가, 내가 할 게 없어서 하는 것 같기도 하고. 하여간 기복이 있다. 

태진 : 복 받은 거다. 음악을 계속 한다는 게. 내 주위 친구들이나 일반인들 보더라도 스물 여덟 스물 아홉 됐어도 지가 뭘 잘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쑤두룩빽빽한데 우리는. 우리는 잘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아니까. 기복은 당연히 있는 거다. 

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알았나.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데. 

태진 : 하다보면 알게 된다. 지겹지가 않다. 계속 하고 싶고, 계속 (음악에서) 새로운 걸 찾고 싶고. 

연남동 덤앤더머는 내귀와 완전히 색깔이 다르다. 

태진 : 나는 레이니 썬이라는 밴드도 하는데 거기서도 색깔이 완전히 달라진다. 어둑어둑하지- 하고싶은 게 계속 바뀐다. 옛날에는 어둡고 우울한 게 좋았다. 괜히 있어보이거든. 예술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. 겉멋 확 부리는 거. 사실 그게 젤 쉬운 건데. 별 거 없어도 뭐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언젠가부터 그게 딱! 싫어지더라. 들어서 좋으면 좋은 거지 뭐. 그래 따지면 가요가 참 좋긴 좋아. 이런 식으로 자꾸 바뀌다보니 지금 하는 음악(연남동 덤앤더머)이 재밌다.

 

올해 1월에 결성된 건가. 

의준 : 원래는 2001년에 서교동 덤앤더머로 시작했다. 

태진 : 아니다. 연남동 덤앤더머로 시작했다. 

의준 : 아, 연남동에서 시작했구나. 

그리고 이들은 10년 가까이 된 유구한 역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됐다. 요지는 연남동에서 술 먹다가 태진의 옥탑방에서 노래를 만들고 ‘아 이거 재밌겠다’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연남동 덤앤더머가 탄생했다는 거다. 





사실 진지하고 실제로도 진지하다

연남동 덤앤더머로 활동을 많이 했나?

태진 : 2주에 한 번 꼴로 했다. 열다섯번 정도?

관객들 반응은 어떤가.

태진 : 우리야 뭐. 신인밴드니까. 

웃는 소리가 많이 들리던데.

태진 : 가사 때문에 그런다. 하지만 한번 알고 나면 많이 웃지 않는다. 

의준 : 되려 진지하다고 생각한다. 처음엔 웃지만 듣다보면 이건 웃긴 노래가 아니구나. 슬픈 노래구나. 애절한 노래구나. 하게 된달까. 

진지한 것과 재밌는 게 꼭 나뉘어야 할 건 없지만 내귀보고 연남동 덤앤더머를 보니 좀 놀라긴 했다. 일견에서 ‘장난하나’ 같은 반응은 없나. 

의준 : 초월했다. 

태진 : 내 주위에는 장난하냐는 사람, 없다. 정말 장난으로 했으면 훨씬 장난스럽게 했어야 했다. 처음엔 장난스러운 면이 보이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원래 말하고자 했던 걸 알게 될 것이다. 난 연남동 덤앤더머가 코메디 밴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. 가사 알고 보면 멜로디 들릴 거고 편곡이나 구성도 들어올 거고 제대로 듣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. 

의준 : 쉬운 코드를 안 썼다. 듣기에는 편한데 막상 연주하려면 까다로울 것이다. 기본코드가 별로 없다. 자랑처럼 얘기하는 건 아니고,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거긴 한데.

태진 : 기본코드 많이 나와. 

의준 : 많이 나와?(웃음)

태진 : 단순한 거는 코드 세네개로 쭉 가는 것도 있고 복잡한 거는 코드만 40여가지다. 





목표 자체를 크게 안 잡는다

곡 작업은 어떻게 하나.

태진 : 편곡은 같이 한다. 기타가 세 대니까. 곡은 의준이가 쓸 때도 있고 내가 쓸 때도 있고 따까리가 쓸 때도 있고. 작업은 같이 하는 편이다. 

의준 : 프리한 편이다. 

태진 : 팀에 브레인 이런 건 없다. 다 똑같지 뭐.

연남동 덤앤더머로 꼭 뭔가 되야 한다거나 이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목표가 있을 것이다. 

의준 : 주변에서 엔지니어나 다른 뮤지션들이 (이번 앨범에) 오히려 더 욕심을 낸다. <홍대 아리랑>이라는 곡이 있는데 욕같은 걸 좀 빼서 라디오에 많이 나오게 해라라는 얘기도 한다. 

태진 : 그거 빼봐야 라디오에도 안 나오고 노래는 노래대로 버린다. 방송 매니져가 있나 뭐가 있나 PD가 좋아해서 트는 경우밖에 없는데, 차라리 밥 한끼 사는 게 낫지. 그런 뒷걸음치다 쥐 잡을 약간의 확률가지고 손 대는 건 싫다. 

신인밴드들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글쎄, 우리 나이가 서른도 훌쩍 넘어서 마흔이 다 되가고, 앨범도 좀 내봐서 대충은 안다. 어차피 해봤자 홍대 주변에서만 좀 알다 이러다 끝날 걸 안다. 그래서 목표 자체를 크게 안 잡는다. 사람들 많은 데 서고 싶은 건 당연한 거고, 안 그렇다는 건 정말 거짓말이고. ‘우리만의 음악을 하면 된다, 관객이 많든 없든 상관없다.’ 그런 거 다 뻥이다. 들통날 뻥. 사람이 많이 올수록 좋다.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좋고. 근데, 그게 주된 목적은 아니다. 그냥 계속 이렇게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리면서 다음 앨범을 낼 수 있게 가는 거. 괜히 목표 크게 잡아봐야 어차피 깎이고 깎이고 깎이는 현실을 알기 때문에.



Posted by 강구